대통령이 쓴 '매도인 근저당', 고가 시장의 우회로가 열렸습니다 — 세종 시계는 늦춰질까
이번 주 대통령의 분당 아파트 매도 과정에서 '매도인 근저당'이라는 거래 방식이 전국적으로 조명받았습니다.
살펴보니 이 방식은 몇 달짜리 임시방편이 아니라, 기간 제한 없이 이어질 수 있는 우회로였습니다. 이 우회로가 고가 시장의 거래 동결을 푸는 열쇠가 된다면, 규제를 피해 아래로 흘러내리던 유동성의 방향에도, 그리고 매도인들 사이의 격차에도 변수가 생깁니다.
수도권 규제 확산의 끝에서 세종을 바라보던 시나리오가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 짚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투자되지입니다.
최근 저는 수도권 규제지역이 확대될수록 유동성이 비규제 지역으로 밀려 내려오고, 그 흐름의 끝자락에 세종이 있다는 시나리오를 지켜보고 있었는데요. 이번 주에 이 시나리오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건이 하나 있었습니다.

오늘은 ① 대통령의 분당 아파트 매도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② 이 '매도인 근저당'이라는 우회로가 어떤 성격의 길인지, ③ 그래서 세종에 어떤 의미인지 순서로 정리해보겠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 — 29억 아파트에 17억 근저당
먼저 사실관계부터 간단히 보겠습니다. 대통령 부부가 공동 소유하던 분당 양지마을 금호1단지 전용 164㎡가 지난 7월 14일 29억원에 매매됐는데요. 특이한 건 근저당입니다.
보통 근저당권자는 은행인데, 이 거래에서는 매도인인 대통령 부부가 근저당권자, 매수인이 채무자로 등기됐습니다. 채권최고액은 17억7천만원. 쉽게 말해 매수인이 아직 못 낸 잔금 약 17억원을, 매도인이 집을 담보로 잡고 빌려준 셈으로 해석해볼 수 있습니다.

배경에는 두 가지가 겹쳐 있습니다.
하나는 대출 한도인데요. 규제지역인 분당에서 25억 초과 주택은 담보대출이 2억원까지로 묶여, 29억짜리 집을 사려면 사실상 27억을 자기 돈으로 마련해야 합니다.
다른 하나는 재건축 조합원 지위의 시간 압박입니다. 양지마을은 신탁방식 재건축 단지라 사업시행자 지정고시일 전에 소유권을 넘겨야 매수인이 분양권을 승계받는데, 그 고시가 임박해 있었죠.
시간은 촉박하고 대출은 막혀 있으니, 매도인이 잔금을 담보로 잡아주는 방식이 나온 것으로 보입니다.
거래의 구체적인 경위나 정치적 논란은 이 글의 관심사가 아니라 여기까지만 짚겠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다른 뉴스나 영상들을 참고하시고, 저는 이 거래 방식이 시장에 남긴 것에 집중해보겠습니다.
이 우회로가 어떤 길인지 — 공인된 길, 기간 없는 길, 그러나 아무나 못 쓰는 길
이 거래가 시장에 남긴 건 세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첫째, 공인 효과입니다. 매도인 근저당은 원래부터 합법이었지만, 제도가 바뀐 것보다 중요한 건 가장 상징적인 인물이 가장 공개적으로 이 거래를 했다는 사실입니다.
자금 여유가 있는 매도인에게는 "나도 근저당을 잡아주고 팔면 되겠구나"를, 현금이 묶인 매수인에게는 "대출이 막혀도 길이 있구나"를 확인시켜준 셈이죠.
지금 고가 시장의 거래 동결은 상당 부분 대출 한도가 만든 것인데, 이 우회로가 퍼지면 동결의 일부가 풀리고, 상급지 갈아타기 체인이 다시 돌면서 밖으로 나가려던 수요의 일부가 중심에 머물게 됩니다.

둘째, 이 다리는 생각보다 깁니다. LTV·DSR·대출 한도 규제는 전부 금융기관 대출을 겨냥한 것이라, 매도인이 빌려주는 사인 간 금전거래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근저당 유지 기간에 제한도 없어, 합의만 되면 2년이든 5년이든 이어질 수 있죠. 무이자로 두면 적정이자율 연 4.6% 기준 증여세가 걸리지만, 이자를 4.6% 안팎으로 정상 수취하면 그 문제가 사라집니다.
그 순간 매도인에게 이 거래는 1순위 근저당으로 담보된 연 4%대 이자 자산이 됩니다. 몇 달짜리 브릿지가 아니라 사실상 매도인이 은행 역할을 하는 중기 금융이 열려 있는 셈이죠.
다만 규제지역이라 자금조달계획서 소명 부담이 있고, 논란이 커지면 정부가 심사 강화로 막을 수도 있어, 이 우회로의 방어선은 금지 규정이 아니라 소명 부담과 정책 리스크라고 보는 게 정확할 것 같습니다.

셋째, 그러나 이 열쇠는 모든 매도인의 손에 있지 않습니다. 근저당 매도가 성립하려면 매도인이 잔금 17억을 몇 달, 길게는 몇 년 받지 않고도 버틸 수 있어야 합니다.
매도대금으로 갈아타야 하는 매도인, 그 돈이 곧 생활 자금인 매도인에게는 선택지가 아니죠. 그러면 같은 규제 아래에서 매도 시장이 둘로 갈라집니다. 자금력 있는 매도인은 금융까지 얹어 원하는 가격에 팔고, 그렇지 못한 매도인은 여전히 대출 2억으로 27억을 감당할 매수인을 기다려야 합니다.
이 양극화는 지역 단위로도 번져, 자산 여유 있는 매도인이 많은 상급지·재건축 단지부터 거래가 돌고 나머지는 동결이 이어지는 그림이 될 수 있어 보입니다. 결국 시장의 온기가 위쪽에서부터, 가진 쪽에서부터 도는 구조인 셈이죠.

풍선효과의 시계에 생긴 변수 — 세종까지 내려오는 시간
지금까지의 흐름을 보면, 10.15 대책 이후 유동성은 교과서적인 풍선효과 경로를 따라 움직여 왔습니다. 규제를 비켜간 동탄이 급등해 추가 규제 후보로 거론됐고, 이후 규제가 더해질 때마다 화성 병점, 오산, 평택 같은 인근 비규제 지역으로 매수세가 옮겨가는 모습이 관찰됐죠. 이 확산이 계속되면 언젠가는 비규제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세종에도 그 흐름이 닿을 수 있다는 게 기존 시나리오였습니다.
그런데 앞서 본 것처럼 이 우회로가 단기 브릿지를 넘어 중기 매도인 금융으로 자리 잡는다면, 이 시나리오의 속도가 달라질 수 있어 보입니다. 규제의 본질은 중심부 수요를 눌러 밖으로 밀어내는 것인데, 우회로가 열리면 눌렸던 수요의 일부가 다시 중심으로 돌아가니까요.

게다가 그 우회로가 자금력 있는 쪽부터 열리는 구조라면, 시장의 온기는 더더욱 위에서부터 돌게 됩니다. 밖으로 밀려나는 압력이 약해지는 만큼, 유동성이 세종까지 내려오는 시계도 그만큼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고 해석해볼 수 있습니다.
물론 세종의 방향이 풍선효과 하나에만 달려 있는 것은 아닙니다. 세종에는 행정수도 관련 동력처럼 수도권 유동성과 별개로 움직이는 자체 변수가 있다는 점도 함께 봐야 균형이 맞을 것 같습니다.
정리해보겠습니다
- 매도인 근저당은 기간 제한 없는 우회로 — 이자만 정상 수취하면 중기 매도인 금융까지 가능
- 그 열쇠는 자금력 있는 매도인의 손에 — 매도 시장의 양극화 가능성
- 중심에 머무는 수요가 늘수록, 세종으로 내려오는 유동성의 시계는 늦춰질 가능성
아직 이 방식이 얼마나 확산될지, 정부가 어떻게 대응할지는 지켜봐야 합니다. 다만 분명한 건, 규제가 만든 물길은 늘 예상 밖의 우회로를 만나 방향이 바뀌곤 했다는 점인데요. 이번에 새로 난 길이 특별한 건, 그 길의 통행권이 자금력 있는 쪽에 먼저 주어진다는 점입니다.
규제는 수요를 없애는 게 아니라 수요가 흐르는 길을 바꿀 뿐이고, 새 길의 통행료를 낼 수 있는 쪽이 먼저 움직이는 것 같습니다.
오늘도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매도인 근저당은 기간 제한이 없어 이자만 정상 수취하면 중기 '매도인 금융'으로도 확장될 수 있는 우회로이며, 이 열쇠를 쥔 자금력 있는 매도인부터 거래가 풀리는 양극화 속에 수요가 중심에 머물게 되면, 세종까지 내려오는 풍선효과의 시계는 늦춰질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데이터 출처: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rt.molit.go.kr). 본 글은 공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작성자의 해석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